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V 난청 / 박정수 / 작품분석 / 2022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V 난청 / 박정수 / 2022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1. 전체적인 느낌 좋는 소설이란 어떤 것일까, 먼저 그런 의문을 가져봤다.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중에 하나는 언제 읽어도 가슴에 와닿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여기에서의 ‘언제 읽어도’의 속뜻은 시기와 관계가 있다. 다시 말하면 십 년이 지나든 이십 년이 지나든 읽을 때마다 같은 느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김승옥의 무진기행이나 카프카의 변신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 작품을 거기에 대입한다면 도무지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작품을 읽으며 처음 한 장을 넘겼을 때 이런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실외 마스크도 해제되었고 코로나의 공포에서도 많이 낮아졌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거기에서부터 감흥이 떨어진다. 만약 이 작품이 작년 2021년에 당선.. 더보기 세상 참 좁다. 고등학교 시절, 저녁을 먹은 뒤 밤마다 높은 곳에 올라갔다. 우리 집 뒤편의 가장 높은 계단에 앉아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했다. 휘황찬란한 도시의 불빛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달동네 꼭대기에서 나는 혼자 라디오를 들었다. 9시 뉴스가 끝나고 시그널 뮤직과 함께 비음이 가득 섞인 독특한 음색이 배터리를 고무줄로 칭칭감은 고물 라디오에서 미끄러지듯 흘러나왔다. 이때마다 나는 마음이 두근거렸다. 내가 보낸 엽서가 오늘은 소개 될까? 1983년의 여름밤은 매일밤 설레였다. 당시에 음악을 들려주고 내 엽서를 소개 해주던 분이 초대손님으로 오셨다. 제가 고1 때 밤마다 선생님 방송을 들었어요. 스튜디오에 들어선 그에게 사춘기 소년처럼 흥분했다. 아, 그러세요? 그렇게 시작한 우리의 대화는 점점 흥분으로 변해갔다. .. 더보기 모카를 위하여 / 박문후 / 202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모카를 위하여 (작품분석) / 박문후 / (202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1. 전체적인 소감 소설을 읽으며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작품 속에서의 장점이다. 어떤 작품이든 그냥 쓴 것은 없다. 그만큼 작가는 글을 쓰며 깊이 고민하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의 장점은 무엇일까? 일단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반려견을 이용해 주제를 이끌어 가는 점이 매우 훌륭하다. 게다가 은유를 통해 독자들에게 작가의 생각을 밀어넣는다. 이 부분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다른 장점이 없다. 아니야, 잘 찾아보면 있을 거야.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겠지. 나는 늘 덜렁대잖아. 게다가 이건 신춘문예 당선작이야. 신춘문예라고. 문장이 좋았나? 글쎄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유통기한이 지난 과자처럼.. 더보기 어제의 일들 / 정소현 / 작품분석 / 2022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어제의 일들 / 정소현 / 2022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중에서 1. 전체적인 느낌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의 과거 회복과 탐색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품을 읽는 내내 가슴에 뭔가 걸린 기분이 들었다. 답답하고 암울한 느낌은 화자의 감정에 침투되었기 때문이고 그게 작가의 필력이라고 생각된다. 정소현 작가의 특징은 이 사회의 가진 자가 아닌 그 반대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인간의 감정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이다. ‘적극적’이란 뜻은 거기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여러 사람 또는 악의적인 한사람이 퍼뜨리는 소문은 진짜인지 그것이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사람들은 모른다. 따돌림과 폭력 속에서 피해자는 결국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2. 주제를 향.. 더보기 그때 그 마음 / 정소현 / 작품분석 / 2022 현대문학상 작품집 ■그때 그 마음 / 정소현 / 2022 현대문학상 작품집 중에서 1. 전체적인 느낌 자극적이지 않은 문장과 가족과 관련한 에피소드에서 충분히 작품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어려운 듯하지만 쉽고, 가볍게 느껴지지만 무거운 주제는 글을 잘 쓰는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의 차이일 것이다. 이 작품이 전지적 시점이 아니고 작가 관찰자 시점이었다면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작품을 읽는 내내 암울하고 불편한 기분 때문이었을까. 느낌은 좋았는데 다 읽고 나니 액젓을 넣지 않은 겉절이를 먹은 기분이다. 뭔가가 빠져 있구나. 그게 뭘까? 그렇다면 작가는 왜 이렇게 작품을 끌고 갔을까? 몰라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아마도 감칠맛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2.. 더보기 저녁놀 / 김멜라 / 작품분석 / 2022 현대문학상 작품집 ■저녁놀 / 김멜라 / 2022 현대문학상 작품집 중에서 1. 전체적인 느낌 소설에서의 최고의 덕목은 참신함과 새로움이다. 이번 작품을 읽으며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정말 기발하다. 만약 화자가 딜도가 아니었다면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성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딜도를 화자로 내세운 것부터가 절반의 점수를 먹고 들어간다. 또 '먹점'과 '눈점'의 애칭, 이들이 나누는 비밀언어 또한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상하게 급체한 사람처럼 가슴이 답답하다. 왜 그럴까? 우리는 사실 화자인 모모의 시각처럼 '편견'과 '고정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인 '먹점'과 '눈점'은 우리와는 다르다. 이들의 비밀언어만 봐도 두 사람의 성격이 고.. 더보기 해변의 피크닉 / 손보미 / 작품분석 ■해변의 피크닉 / 손보미 / 2022 현대문학상 작품집 중에서 1. 전체적인 느낌 중편 소설이다 보니 일반적인 단편소설보다는 읽는 시간이 두 배나 더 걸렸다. 이 작품은 심미적 거리가 매우 좋다. 적당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타일 작업할 때 마지막에 공간을 메워주는 후반 작업처럼 문장과 문장의 빈공간을 꽉꽉 채워준 느낌이 든다. 속이 꽉 찬 김장배추 같다고나 할까. 게다가 화자의 진술이 참 맛깔스럽다. 하지만 작품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자꾸 이런 의문이 들었다. 화자는 지금 열한 살의 초등학생인데 이 나이에 이렇게 섬세한 관찰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거리도 중요한데 이렇게 문장을 압축시키면 상상의 폭을 좁혀주는 거잖아?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다. 글을 읽는 사람마다 느낌은 다를.. 더보기 밤은 내가 가질게 / 안보윤 / 작품분석 / 2022 현대문학상 작품집 ■밤은 내가 가질 게 / 안보윤 / 2022 현대문학상 작품집 중에서 1. 전체적인 느낌 아,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안보윤은 평소에도 좋아하던 작가였지만 이 작품을 읽은 뒤에 더 좋아졌다. 독자들이 절대로 지루하지 않게 작가는 어린 아이에게 밥을 떠먹이듯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나간다. 어느 부분에선 답답하게 전개되고, 어느 부분에선 나도 모르게 분노하고, 또 어느 부분에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건 그만큼 공감이 된다는 뜻이다. 아마도 작가는 작품 속에서 폭력과 방치, 무관심, 자기 고집대로 사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듯 하다. 너는 이런 것을 어떻게 생각하니? 그래서 작품을 다 읽고 난 뒤에도 계속 그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글쎄다. 나.. 더보기 이전 1 ··· 4 5 6 7 8 9 10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