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놀 / 김멜라 / 2022 현대문학상 작품집 중에서
1. 전체적인 느낌
소설에서의 최고의 덕목은 참신함과 새로움이다. 이번 작품을 읽으며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정말 기발하다. 만약 화자가 딜도가 아니었다면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성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딜도를 화자로 내세운 것부터가 절반의 점수를 먹고 들어간다. 또 '먹점'과 '눈점'의 애칭, 이들이 나누는 비밀언어 또한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상하게 급체한 사람처럼 가슴이 답답하다. 왜 그럴까?
우리는 사실 화자인 모모의 시각처럼 '편견'과 '고정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인 '먹점'과 '눈점'은 우리와는 다르다. 이들의 비밀언어만 봐도 두 사람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모는 “내 존재가 어떤 목적을 위해 쓰여야 한다(성의 도구)”고 주장하지만 두 여자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또한 두 여자를 빗대어 모모는 “돼지에게 진주 목걸이를 주었다”고 말한다. 게다가 “3단계 떨림 모드의 딜도를 갖고도 쓰지 못하는 미개인”이라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아이러니하게도 모모는 버려질 운명에서 바구니 속에 든 책을 읽으며 몸과 의식을 일깨운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혹시 작가는 독자인 우리에게 각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봐,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이들은 이렇게 행복하잖아. 실제로 모모는 이 과정을 통해 새로 태어난다. 플라톤, 니체, 테오필고티에를 읽는 모모가 눈에 선하다. 작가는 '편견'과 '고정된 생각'을 하는 우리들에게 세상은 당신들의 생각대로 이분법도 아니며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모모(딜도)를 통해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2. 주제를 향한 문장
작품에 등장하는 레즈비언 커플의 심한 갈등이 생길 때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모 역시 버려질 위기에서 벗어난다. 본문에 나오는 내용중에 이런 문장에서 나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가장 어렵고 가장 지적인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에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글 옆에 쓴 누군가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 무쓸모의 쓸모.”
이 부분이 주제를 강하게 암시하는 문장이라 생각한다. 즉 우리 모두의 편견에 당신의 생각은 틀렸다는 것을 매우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리고 소설의 제목 '저녁놀'을 생각해보자. 낮동안의 잔치를 끝낸 저녁놀은 화려하고 그 다음에는 어둠이 기다리고 있다. 무슨 뜻일까?
3. 클라이맥스
P127에서 최고조에 올라간 느낌을 받았다.
“먹점은 미니멀 라이프의 또 다른 계명이 떠올랐다. 한가지 물건을 되도록 여러 용도로 써라. 버리지 말고 안마기로 쓸까?” 나는 이 부분이 매우 기발하게 느껴졌다. 이걸 아예 못을 박기 위해 마지막에는 이런 문장도 나온다. “이름에 갇히고 쓸모에 묶이면 내 선언은 어떻게 되는 걸까?”
4. 기타
글을 읽으며 내내 가슴이 답답했던 이유를 이제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남성의 상징을 등장시켜 남성중심의 사회를 비꼬는 내용이다. 그런데 왜 내가 가슴이 답답했을까. 또 이런 생각도 해봤다. 이런 작품(그러니까 레즈비언 커플 이야기)을 받아들이는 것은 혹시 남자와 여자가 다르지 않을까. 나만 그런지 몰라도 우호적이지 않았다(그러니까 꼰대소리를 듣지). 그건 나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도 그런 것인지, 여자는 좀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인지(그래서 현대문학상에 올라왔겠지)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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