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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작품 분석

그때 그 마음 / 정소현 / 작품분석 / 2022 현대문학상 작품집

그때 그 마음 / 정소현 / 2022 현대문학상 작품집 중에서

 

1. 전체적인 느낌

자극적이지 않은 문장과 가족과 관련한 에피소드에서 충분히 작품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어려운 듯하지만 쉽고, 가볍게 느껴지지만 무거운 주제는 글을 잘 쓰는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의 차이일 것이다. 이 작품이 전지적 시점이 아니고 작가 관찰자 시점이었다면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작품을 읽는 내내 암울하고 불편한 기분 때문이었을까. 느낌은 좋았는데 다 읽고 나니 액젓을 넣지 않은 겉절이를 먹은 기분이다. 뭔가가 빠져 있구나. 그게 뭘까? 그렇다면 작가는 왜 이렇게 작품을 끌고 갔을까? 몰라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아마도 감칠맛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2. 주제를 향한 문장

주제를 얘기하기 전에 일단 두 사람의 성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미니멀리즘을 사는 혜성에게 23년 만에 순정이 찾아온다. 순정은 돈도 있는 친구다. 왜 찾았을까?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서? 아니면 옛친구의 정이 그리워서? 두 사람을 관통하는 것을 생각하니 외로움가족이 떠오른다. 가족을 끊어낸(물론 자발적이진 않았지만) 혜성과 달리 순정은 여전히 가족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주목할 것은 두 사람 모두 그림에 집착하는 점이다. 특히 혜성은 잠자라는 작가의 그때 그 마음이라 그림이 너무나 갖고 싶다. 이유는 자신의 집(순정의 생각)을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순정은 그림을 살 형편이 되지 않으면서도 그림에 대한 강한 소유욕을 보인다. 그건 이 작품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잊었던 감정, 잊고 있던 마음을 발견했기에 그런 욕구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그건 클라이맥스에서도 필연적으로 그렇게 나타난다. 또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부분은 화가 잠자가 여자라는 것을 아는 순간 혜성이 뭔가를 깨닫는다는 점이다. 즉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3. 클라이맥스

P48에 이런 문장에 등장하는 문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혜성은 잠자라는 화가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 난 뒤 매우 실망한다. 그날 밤 침대에 누운 혜성은 순정에게 말한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다고 생각한 건 처음인 것 같지만 왠지 우습네? 생각해보면 나한테 그런 날은 없었던 것 같아.” 그러자 순정이 말한다. “그런 날이 왜 없었겠어? 나는 분명히 기억이 나는데.” 하며 경훈을 떠올린다. 그건 바로 잊고 있던 기억에 대한 환기다. 순정은 경훈을 얘기하고 혜성은 경훈을 떠올린다.

 

4. 서사

1) 혜성과 순정의 23년 만의 재회, 순정이 멕시코에서 돌아와 혜성에게 전화한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 2년 동안 친하게 지냈다. 멕시코로 출국하는 순정에게 혜성은 가족과 연락을 끊으라고 말한다. 다시 돌아왔지만 두 사람은 만나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린다. 혜성은 모든 관계를 정리하고 혼자 지낸다. 순정은 멕시코에서 일하면서 가족들을 먹여 살렸다. 30초 반 만난 남자와 가족들의 반대. “나 이해해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잖다.”라는 순정의 말. 순정은 가족들과의 갈등을 말한다. 순정은 돈은 다 써버리겠다고, 그림을 사겠다고 말한다.

2) 혜성과 순정과 그림을 보러 가며 잠자라는 화가를 알게 된다. 갤러리에서 혜성은 스무 살까지 살았던 자신의 집을 그린 그림을 발견한다. 하지만 순정은 동의하지 않는다. 순정은 혜성에게 가족을 끊어내서 좋겠다고 말한다. 집에 불이 나서 식구들이 다 죽고 혼자 남은 혜성은 경훈의 자취방에 얹혀산다. 불이 나서 가족을 잃은 혜성은 어쩌면 그들을 사랑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3) 잠자의 그림을 보고 옛집을 그리워하는 혜성은 그림을 갖고 싶어 한다. 수도승처럼 사는 혜성은 그림을 걸 벽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림을 보기 전까지는 벽이나 비좁은 집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잠자의 블로그를 찾은 혜성은 그림이 그때 그 마음이란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잠자가 짝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4) 혜성은 매일 잠자의 블로그를 방문하며 잠자를 그리워한다. 한때는 직장에 다녔던 혜성은 폐지 줍는 일을 할 정도로 궁핍하다. 하지만 잠자를 향한 혜성의 열망은 사랑이 된다. 널뛰는 혜성의 마음, 가족을 잃고 복학하지 않은 혜성은 과거 잠만 잤고 경훈은 그녀를 떠난다. 혜성은 유부남과 여러 명의 남자와 만나지만 빈 가슴은 채워지지 않는다. 가족들과 다투며 집을 나온 순정은 혜성의 집으로 들어온다. 모든 나쁜 일들이 가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느끼는 순정은 가족을 떠나겠다고 결심한다.

5) 작은 방에서 두 사람은 함께 지낸다. 혜성은 그 와중에도 계속 블로그 방문하고 작가와의 대화에 혜성과 순정은 참여한다. 거기에서 긴 머리의 중년여성이 잠자라는 것을 알게 된 혜성은 당황한다. 모든 게 픽션(허구)’이라는 것과 함께 순정은 혜성이 경훈을 만나던 순간에 환하게 웃는 모습을 기억한다.

 

5. 소도구

혜성이 소유하고 싶었던 그림: 혜성에게 가장 결핍된 것은 바로 가족이다. 그 역할을 순정이 아무 조건도 없이 채워주는데 그래서 이 소설이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화가 잠자: 가족이 타인보다 못한 착취의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