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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작품 분석

모카를 위하여 / 박문후 / 202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모카를 위하여 (작품분석) / 박문후 / (202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1. 전체적인 소감

 소설을 읽으며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작품 속에서의 장점이다. 어떤 작품이든 그냥 쓴 것은 없다. 그만큼 작가는 글을 쓰며 깊이 고민하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의 장점은 무엇일까? 일단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반려견을 이용해 주제를 이끌어 가는 점이 매우 훌륭하다. 게다가 은유를 통해 독자들에게 작가의 생각을 밀어넣는다. 이 부분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다른 장점이 없다. 아니야, 잘 찾아보면 있을 거야.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겠지. 나는 늘 덜렁대잖아. 게다가 이건 신춘문예 당선작이야. 신춘문예라고. 문장이 좋았나? 글쎄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유통기한이 지난 과자처럼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그럼 심미적 거리는 좋았던가? 이것 역시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그런데 왜 심사위원들은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뽑았을까? 작품을 읽으면서 심사위원들을 떠올렸다. 몇 사람이 심사했고, 누구였을까? 빨리 작품을 다 읽은 뒤 심사위원의 이름을 찾아보자. 문장의 읽는 맛이 없는 걸 보니 아마 내가 모르는 분이 심사를 했을 거야. 그러니까 이런 작품을 뽑았겠지. 작품을 다 읽고 심사위원의 이름을 보는 순간 나는 경각했다. 이럴 수가. 벌어진 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볼펜을 쥐고 있던 손에도 잔뜩 힘이 들어갔다. 구효서? 내가 아는 그 구효서라고? 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분은....그럴 분이 아닌데. 순대 집의 간을 급하게 먹은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졌다.

 

2.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아쉬운 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왕이 되려면 어릴 때부터 왕이 되는 수업을 받는다. 이유는 자명하다. 군주는 경망스럽지 않아야 하고 분위기에 맞는 적절한 말과 행동을 하기 위해서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분위기에 맞지 않는 문장이나 이상한 단어가 발견되면 작품의 품격이 그만큼 떨어진다. 다시 말하면 그건 좋은 작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어쩌겠는가. 내 눈에는 자꾸 단점만 보이는데. 작품을 읽다보니 여러 곳에서 그런 점들이 눈에 띄었다. 한번 살펴보자. 

 

P59 “정말 똥 마려운 개 같은 표정이었다.” (이런 직설적이고 저속한 표현은 독자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P61 “용케 다시 일어서긴 했는데 그 자리에서 얼음 땡이다.” (글쎄다. 많은 작품을 읽어 봤지만 이런 단어, 가령 얼음 땡’이란 단어를 쓴 작품은 처음이었다. 이게 잘못 된 단어란 뜻이 아니다. 앞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작품에도 품격이 있다고.)

P64 “화요일 날 아침당연히 틀린 말이다. 표준어는 화요일 아침이다. (중복어를 읽는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한 번만 더 살펴 봤더라면.)

P62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악마의 장난에 걸려던 기분이었다.” (오타도 눈에 뜨였다. ‘걸려던이 아니라 걸린이다. 오타는 하나가 아니었다. 퇴고 전에 다시 꼼꼼히 읽어 봤더라면 이런 건 찾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P66 “비린내를 품은 회색빛 대기에 갇힌 숲은 침묵을 지킬 뿐, 바람이 불고 있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나뭇가지 하나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나는 한국사람인데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제발 부탁드린다. 독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을 쓰자. 몇 번을 소리내어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예전에 우리과 여학생이 한 겨울에 멋을 부리다가 얼어 죽을뻔했다.)

 

3. 주제를 향한 문장

처음부터 반려견 이야기로 시작해서 반려견 이야기로 끝을 낸다. 이 점이 장점이 될 수 있겠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오로지 일방통행 길을 무한정 달려온 느낌이 든다. 게다가 작품 속에서 가장 큰 단점은 과거가 없다는 점이다. 과거가 없는 것이 과연 좋은 소설일까? 단편소설은 과거를 통해 주제를 꽤 뚫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고?

작품의 주제는 모카의 성대 수술과 관련해서 화자와 혜주의 갈등이 이 작품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주제를 억지로 끌고 오다 보니 읽는 맛이 나지 않고 사이다에 맹물을 탄 것처럼 밍밍하다. 라면을 끓이면서 수프를 넣지 않고 면만 삶아 손님상에 올린 기분이 든다.

주제를 암시한 문장은 P67에 등장하는데 두 사람이 이런 대화를 나눈다.

어떻게 자기 생각만 옳다는 거니. 그 사람들 전문가들이야.”

자격증이 있으니까 전문가들 맞겠지. 하지만 모카의 견주는 나야. 나라구. 내가 하겠다는데 왜 그래? 온정적인 것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더 옳은 거야.”

자기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는 혜주를 통해 독자는 고집불통과 자기 방식대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떠올린다. 작가는 마치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것 같다. 자기 방식대로 자녀를 키우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물론 자녀가 아닌 일상생활을 떠올릴 수도 있다. 타인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만 움직이는 사람들을 작가는 반려견을 소재로 삼아 그걸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4. 기타

작품을 읽다가 문득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재택근무인데 화상회의에서 개가 화면에 잡히는 것이 흠일까? 요즘 반려견이 천만 시대인데? 그건 넘어가자. 회사마다 다 같은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중간에 나온 산속의 강아지들은 무슨 설정이었을까? 작가는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모든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던져 놓고 그대로 방치했다. 내가 소설 작품 분석의 깊이가 낮아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강아지들이 나온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 적어도 그것에 대한 암시나 복선을 슬쩍 끼어 넣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5. 내가 이 작품의 작가였다면

서사가 조금 더 풍성해지려면 당연히 과거가 등장해야 한다. 또 혜주의 말을 통해(1인칭이기에 혜주의 마음에 침투할 수 없다.) 모카의 성대 수술을 해야 하는 이유를 강하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독자도 거기에 수긍할 수 있고, 화자의 감정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자의 캐릭터가 좀 더 분명해져야 한다. 또 이 작품에서는 단 두 사람만 나오는데 흥미나 주제를 위해 두 사람 정도를 더 등장시키는 것도 괜찮다.

 

6. 덧붙이고 싶은 말

한마디 덧붙이자면 절대로 누구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작품을 쓰기 위해 작가가 흘린 노력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작품분석을 적은 이유는 발전가능성이다. 작가는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타인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단점을 알고 난 뒤 그걸 뛰어 넘어야 좋은 작가가 된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