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작품 분석

27번 / 유주현 / 작품분석 / 2022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27/ 유주현 / 2022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1. 전체적인 느낌

약간 어색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문장은 무난했다. 이 작품에서 일단 첫 문장이 강하게 눈길을 잡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사다코를 시작했다.” 엥? 사다코? 이게 뭐지? 이 순간부터 나는 이 작품의 미끼에 걸려 버렸다. 사다코가 뭘까? 숨도 쉬지 않고 작품을 읽었다. 읽다 보니 슬슬 웃음이 나온다. 화자가 본의 아니게 사다코가 된 뒤 친구들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사다코를 되풀이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몹시 슬펐다. 사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산다. 타인에게 관심받기 위한 몸부림 말이다. 나 또한 저 좀 봐 주세요. 저 재밌죠? 저는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이랍니다. 그러니 저를 사랑해 주세요. 이렇게 행동하고 말한다. 작품을 읽다보니 뒤로 갈수록 추수를 끝낸 들판처럼 마음이 공허해진다. 주체성을 갖지 못하고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다른 삶이 계속 펼쳐지고 있으니 마음이 아프기까지 하다. 화자는 왜 사기를 치면서까지 타인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할까? 가만 생각해 보니 그게 이 작품의 주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2. 주제를 향한 문장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었는데 먼저 1장에서는 사다코를 하게 된 이유와 사다코를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장에서는 고시원에서 우연히 점을 보게 된 경위, 3장에선 고시원에서 돈을 받으며 사기를 쳐서 고소를 당한 뒤 놀이공원의 27번 귀신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난다. 마지막 놀이공원의 27번 귀신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작품의 방점을 찍는 것이니까. 이 부분은 화자의 상상인 줄 알았다. 사장이 화자에게 아는 척을 했으니까.

이 작품 속의 주제를 캐내기 위해선 몇 가지 의문을 풀어야 한다. 먼저 1장에서 화자는 왜 사다코를 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외톨이였고 아이들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서였다. 2장에서 화자는 왜 미래를 보는 사람이 됐을까? 그건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으나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3장을 보자. 고시원에서 고소를 당한 화자는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놀이공원의 27번의 귀신이 된다. 왜 그랬을까? 이건 아마도 자신의 역할과 개성을 찾은 것을 의미한다. 즉 정체성이 없는 화자는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다가 마지막 27번에서 존재의 이유를 깨달은 것처럼 보인다. 전체적인 느낌은 우리는 본연의 모습으로 살지 않고 남에게 관심받기 위해 사는 것을 풍자한 작품이었다. 작가는 독자에게 묻는다. 그렇게 사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라고.

 

3. 클라이맥스

P275 “사장을 따라서 식당 밖으로 나와 뒷마당으로 몇 걸음 걸어간 순간 난 얼어붙고 말았다. 그곳엔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우글우글 했던 것이다.”

 

4. 소도구

사다코: 타인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한 몸부림

매점 아줌마: 매점의 망가진 냉장고에서 녹은 아이스크림을 꺼낸 학생들이 짜증을 내면 뱃속에 들어가면 똑같다.”라고 매점 아줌마는 말하는데 타인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과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지 않음을 상징한다.

제목: 27: 개성을 뜻한다.

 

5. 아쉬운 점

그리고, 그래서 등의 접속사가 많아 문장이 좀 어색했다. 작품의 높은 수준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접속사는 과감히 빼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화자의 내면이다. 1인칭 소설은 화자의 생각으로 깊이 들어가 독자가 화자의 심정을 세세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독자는 작품에 몰입하고 공감한다. 한데 이 작품은 화자의 내면에 깊숙이 침투되지 않았다. 어쩌면 작가가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는 읽는 내내 그 부분이 몹시 아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