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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작품 분석

V 난청 / 박정수 / 작품분석 / 2022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V 난청 / 박정수 / 2022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1. 전체적인 느낌

 좋는 소설이란 어떤 것일까, 먼저 그런 의문을 가져봤다.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중에 하나는 언제 읽어도 가슴에 와닿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여기에서의 언제 읽어도의 속뜻은 시기와 관계가 있다. 다시 말하면 십 년이 지나든 이십 년이 지나든 읽을 때마다 같은 느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김승옥의 무진기행이나 카프카의 변신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 작품을 거기에 대입한다면 도무지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작품을 읽으며 처음 한 장을 넘겼을 때 이런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실외 마스크도 해제되었고 코로나의 공포에서도 많이 낮아졌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거기에서부터 감흥이 떨어진다. 만약 이 작품이 작년 2021년에 당선되었다면 느낌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작품을 읽을 때마다 매번 나는 장점을 먼저 발견하려 노력한다. 문장과 서사와 플롯과 소도구를 수렴하며 주제를 파악한다. , 아주 적절한 소도구를 써서 주제를 강조하고 있군. 문장을 보니 많이 써본 솜씨야. 어허, 이런 기발한 설정을 넣다니 이 사람 상상력이 뛰어나군. 그런데 이 작품은 문장과 서사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일단 문장을 보자. 감탄이 나올 만한 문장이 아닐지라도 적어도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찜 요리에서 녹말가루가 들어가듯 서사에 착 달라붙는 문장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서사를 끌고 갈 수 있다. 한데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작품이 일기처럼 단순하다. 물론 일기가 소설이 안된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소설의 중요한 요소인 인과관계이다.

 이 작품에서 서사 역시 마찬가지다. 나의 난청이 아버지의 고문에 의한 난청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억지스럽다. 독자가 느끼기에 억지스럽다? 그건 다르게 말하면 암시나 복선을 깔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니 읽는 사람이 공감되지 않는다. 그저 코로나 확진 동선에 관한 행적으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나는 기분이다.

 

2. 작품의 완성도

 중학교 다닐 때 아주 좋아했던 여자 선생님이 있었는데 미모도 상당했지만 마음도 착했다. 그 선생님은 개구쟁이들이 즐비한 남자 중학교에 천사와 같은 존재였다. 돼먹지 못한 아이들도 그 선생님이 한마디 하면 들을 정도였으니까. 나 역시 그분을 무척 좋아했다. 어느 날, 우연히 그 선생님이 욕하는 소리를 들었다. 예쁜 입에서 쏟아져 나온 육두문자는 큰 충격이었다. 그 후 나는 그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았다. 상냥함을 가장한 그 뒤에 감추어진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고나 할까. 하나가 싫어지면 다른 것도 싫어지는 것이 인간의 감정이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작품 속에서 오타가 발견되면 완성도와 수준이 떨어지고 읽기가 싫어진다

P154 : ‘송죄할 따름(‘죄송할 따름을, 일부러 이렇게 쓴 것일까? 그렇다면 더 기분이 나쁘다.)

P162 : 여자 친구가 여기에 들렀다가 제시간에 출근하기는 가쁠 것'이다. (아마 '숨이' '가쁠 것'이다, 라고 써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작품에서 경악했던 것이 또 있다. P154에 나오는 부분이다. 그때 카톡, 하고 핸드폰이 소리쳤다.” 이 문장 뒤에 카톡에 대한 것을 그대로 옮겼다. 세상에! 이런 건 문장으로 녹여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3. 만약에 내가 이 작품의 작가라면

 내가 이 작품의 작가라면 서사를 다 헝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코로나 확진을 밑바탕으로 두고 주인공인 '그'가 겪는 심리적인 이유와 갈등, 어릴 적에 목격한 아버지의 비참한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생긴 트라우마를 진술한다. 그 상처를 성장하면서 치유하지 못했기에 지금의 이런 고통과 난청을 겪고 있으며 그걸 극복하는 과정을 클라이맥스까지 끌고 가고 싶다. 물론 심리 묘사는 깊이 들어가는 것이 좋다. 곪았던 상처는 클라이맥스에서 터진 후 작품은 끝이난다.

 

4. 덧붙이고 싶은 말

 작품 분석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절대로 누구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작품을 쓰기 위해 작가가 흘린 피나는 노력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작품분석을 이곳에 적은 이유는 발전가능성 때문이다. 작가는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타인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단점을 알고 난 뒤 그걸 뛰어 넘어야 좋은 작가가 된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