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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작품 분석

바다를 보는 법 / 정용준 / 작품분석 / 2024 현대문학상 수상 소설집

바다를 보는 법 / 정용준 / 작품분석 / 2024 현대문학상 수상 소설집
 
1. 전체적인 소감
 정용준? 어디서 봤더라? , 맞다. 예전에 선릉 산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 작품을 읽으며 처음 정용준 작가를 알았다. 글을 잘 쓰는 작가로 기억한다. 단순히 글을 잘 쓴다는 표현보다는 야무지게 쓴다는 단어가 더 적당하다. 야무지게, 라는 표현은 단단하고 빈틈없는, 이란 뜻과 동일하다. 이번 정용준 작가의 작품을 읽다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소설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다니, 그건 좋은 작품이란 뜻이다. 하긴 생각해보니 선릉 산책이 그랬고, 지금 바다를 보는 법’도 그렇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구름이 낀것처럼 우울하다. 게다가 묵직하고 답답하다. 주인공은 남은 6개월을 자신이 원했던 일을 한다. 정용준 작가는 서사를 이끌어 가는 솜씨가 훌륭하다. 소설 속에 들어 있는 주옥같은 몇 몇 문장들은 이번에도 가슴에 깊숙이 다가왔다. 그 중 한 부분은 P269 였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을 위해, 내가 원하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살았는데, 이제 와서 미련이 생긴 걸까? 살고 싶다. 죽고 싶지 않다. 그간 모른 척했던 마음이 갑자기 눈을 뜨고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한성은 계속 안 들리는 척, 걸었다.”
 솔직히 나는 이 부분에서 매우 놀랐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다니. 주책이라고 말해도 좋다. 하지만 눈물이 나는 걸 어쩌겠는. 내가 왜 눈물이 났는지 생각해봤다. 혹시 내 가슴에도 주인공 한성처럼 뭔가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2. 서사
 (1) 한성은 바다로 가는 버스 안에 있다. 해안도로를 달리는 버스에서 그는 바다, 저게 뭐라고, 봐서 뭐 어쩌겠다고, 굳이 여기까지 올 걸까, 저 막막한 수평선 앞에 무슨 소용이 있냐고 생각한다. 한성은 해변의 의자에 앉아 희곡 바위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여기서 이렇게 파도나 쳐다보면서 글을 쓰는 게 싫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한성은 진짜로 연극을 하고 싶다고. 배우가 되어 말하고 싶다고 중얼거렸다. 한성은 오래된 물건을 사고파는 지역 커뮤니티에 접속한 뒤 창작희곡은 준비되어 있으니 연극동호회 회원을 모집한다는 모집 공고 글을 남겼다.
 (2) 극작과를 졸업한 한성은 뭐든 열심히 했으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진 않았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을 시작한 한성은 점점 점장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과 달리 점장은 한성에게 복잡한 업무를 맡겼으나 어느 날 한성은 쓰러졌다. 이마를 열 바늘이나 꿰맸으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의사는 뒷머리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볼펜 끝으로 표시하며 말했다. 손톱 크기의 작고 하얀 동그라미, 여기에 종양이 있다고. 수술은 불가능하며 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다고. 얼마나 남았냐는 한성의 말에 의사는 “6개월쯤?”이라고 대답했다. 호들갑 떨지 않고 삶을 조용히 마무리 하기로 결심한 한성은 어릴 때 이혼한 엄마와 아빠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성은 생각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
 (3) 다음 날 아침 세 명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수 맘(평범한 주부), 영빈(연극영화과에 들어가기 위해 삼수 중인 입시생), 진 노인(동주민센터의 50대 직장인), 세 사람에게 한성은 자신이 쓴 바위들의 대본을 건네줬다. 그들이 대본을 읽는 사이에 한성은 사라진 해변을 바라보는 바위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세 사람은 한성에게 극단이름과 연습 장소와 공연을 어디서 하는지 물었고 당황한 한성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취미로 배역을 나눠 돌아가며 낭독하는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제가 무모한 일을 벌인 것 같습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진 노인이 연습할 장소를, 영빈이 연극에 필요한 소품을, 지수 맘이 의상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들이 떠난 뒤 한성은 아차, 싶었다. 그들에게 왜 연극을 하려고 하는지 묻지 못한 것을. 그리고 자신의 마음도 말하지 못했다.
 (4) 극단 바위들은 센터 다목적실에서 화요일 저녁마다 모였다. 한성은 배역을 정했다. ‘울퉁불퉁’, ‘쓸쓸캄캄그리고 비어 있는 고요는 극이 끝날 때까지 대사가 없으므로 우선 비워두기로 했다. 입시를 준비하는 영빈은 연기가 단연 돋보였다. 한성은 나머지 두 사람에게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책 읽듯 편하게 읽어 보자며 독려했다. 각자의 사정으로 빠진 날이 있기는 했으나 단원들은 두 달간 열심히 연습했다. 그런데 진 노인이 연기과 지망생 영빈에게 감정이 과한 것 같다며 약간 담백하게 가면 좋겠다고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갈등이 시작됐다. 진 노인이 바로 사과했으나 영빈은 그걸 계속 가슴에 담아두었다. 방법을 찾은 건 지수 맘이었다. 그녀는 단원들에게 한잔하자며 술집으로 안내했다. 영빈은 15개월 된 지수가 마음을 열자 마음이 풀렸고, 지수 맘은 일본에 있는 남편 얘기와 함께 이렇게 마음 둘 곳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진 노인 역시 신혼여행에서 본 일본의 부토공연에 대해 말을 꺼냈다. 영혼을 표현하고 죽음을 형상화한 공연을 처음에는 끔찍했는데 종종 꿈에 나온다고. 자신이 쓸쓸한 바위가 되어서 바위의 말을 해보니 부토가 생각난다고. 한성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나 단원들은 이미 알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단장님이 일하던 가게에서 쓰러졌다는 것을 안다고. 상태가 어떠냐고 묻자 한성은 그들에게 괜찮다고 했다. 그 밤 한성은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죽고 싶지 않다. 한성은 계속 안 들리는 척, 걸었다. 언덕을 넘고 육교를 지나 자전거 도로를 걷고 천변까지 걸으며 생각했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5) 진 노인에 의해 공연이 잡혔다. 구청에서 주관하는 야시장 무대였다. 공연장도 아닌 복잡한 야시장 한복판에서 연극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였으나 단원들은 기뻐했다. 문제는 고요의 배역이었다. 누구로 할 것이냐는 물음에 진 노인이 15개월 된 지수를 지목했고 다들 찬성했다. 보름 뒤에 열린 야시장은 예고 없이 내린 비에 관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공연을 진행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다 단원들은 상인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우리 사막의 바위를 포기하고 바다의 바위가 되기를 꿈꿉시다. 떠나기를 소원하던 바위들은 고요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늘 아무 말도 하지 않느냐고. 열쇠고리를 갖고 놀던 고요가 비틀 거리며 일어섰고 무대 가운데로 걸어갔다. 관객들이 웃음을 터드리며 한마디씩 했다. 바위 움직일 수 있네. 걸을 수 있잖아. 바다를 향해 걸어가자. 순간 울퉁이 한 번도 말해보지 않았던 대사를 즉흥적으로 말했다. 갑시다. 바다가 우리에게 안 오면 우리가 바라를 향해 가면 됩니다.
의사는 5개월 전의 사진과 이번에 찍은 사진을 놓고 말했다. 종양이 전혀 자라지 않았어요. 한성이 물었다. 그럼 얼마나 남은 것 같나요? 의사는 웃으며 말했다. 6개월?
병원의 긴 복도를 걸으며 한성은 진 노인의 말을 떠올렸다. 다음 공연 잡을까요? 다른 아파트 단지 야시장에서도 연극을 보여달라는 곳이 많아서요. 한성은 저녁에 있을 연습을 위해 구청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3. 주제를 향한 문장
 이 작품의 주제는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한 번만 읽어도 단박에 알 수 있다. 일단 주제와 관련한 핵심 문장을 살펴보면 P260에서 잘 드러난다.
 “몽롱한 풍경 속에서 뒤늦게 한성은 아차, 싶었다. 물었어야 했다. 당신들은 왜 연극을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내 마음도 말했어야 했다. 왜 나는, 이렇게. 느닷없이. 또 대책 없이. 이걸 하려고 하는지. 해야만 했는지.”
이게 주제와 관련한 문장이다. 게다가 작품 속 연극에 등장하는 바위들은 이 소설의 주제를 상징한다. 그것만 떠올려도 주제는 나온다.
 
4. 소설의 주제를 암시하는 소도구
 ■연극 속의 바위들: 바위는 절대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에선 바위들이 바다를 향해 떠난다. 즉 자신의 의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짐을 뜻한다.
 ■한성의 머리에 있는 종양: 나쁜 운명을 상징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바다를 보는 법(소설제목): 여기서의 바다는 삶의 여정이며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