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공의 셔틀콕 / 조해진 / 작품분석 (2022년 현대문학상 수록집)
1. 전체적인 총평
예전부터 많이 좋아했던 작가다. 아마 최근의 여성작가 중에서 김애란, 최은영, 조해진, 세 명이 가장 주목 받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들의 소설집을 꾸준히 사들였고 조해진의 작품집 역시 모두 구입해 읽어봤다. 결코 붓끝에 힘을 주거나 화려한 것이 아닌 맛깔나는 문장들이 매력적인 작가이며 이 작품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조해진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문장과 문장 사이가 간격이 벌어지지 않고 촘촘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조해진의 또 다른 장점이 여기에서도 드러나는데 그건 바로 캐릭터의 내면과 행동에 생명력과 함께 당위성을 넣어준다는 점이다. 이 사람은 왜? 무슨 이유로 이렇게 갈등하는가? 그리고 두 사람이 겪고 있는 갈등은? 어쩌면 당연한 듯 하면서도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이것이 현재의 사회문제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조해진은 인간의 내면을 깊이 관찰하고, 그걸 섬세한 문장으로 끄집어내 울림을 주고 있다. 봐, 당신이 최소한의 책임을 지지 않을 때 다른 쪽에선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잖아? 당신이 책임을 외면할수록 이들은 더욱 고통을 받을 거야, 마치 이런 소리가 귀에서 들리는 것만 같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였다.
2. 주제를 향한 문장들
1인칭 시점이지만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화자인 나와 또 다른 나 (미국의 데이비드)가 보내는 편지글로 번갈아 이어지는데 작품을 읽어 나가다 보면 몇 가지의 의문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건 주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첫째, 화자는 생면부지의 사람(데이비드)을 거리낌 없이 도와주는데 그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한 의문은 곧 풀렸다. 그건 두 사람의 엄마가 닮았다는 점이다. 각자의 엄마들이 준비되지 않았을 때 임신했다는 것, 두 사람 모두에게 아버지가 없다는 점도 똑같다. 즉, 임신한 사실을 알고 난 뒤 아버지들은 무책임하게 엄마를 떠났다. 여기에서 두 번째 의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타인이 고통스러워도 상관없다는 건가? 젊은 엄마의 행복을 위해 외가 식구들이 데이비드를 입양 보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세 번째 의문은 좀 더 강력했는데 인권상을 받을 정도로 훌륭한 석주에게 화자는 왜 실망을 느끼고 헤어졌을까? 이건 가볍지 않은데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나와 가까운 사람의 불행을 막기 위해 타인, 즉 피해자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이건 이 작품에서 매우 중요하게 대두 된다. 그것이 곧 주제이니까.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건 다른 의미로 행복을 위해 타인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얘기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작품은 ‘어른의 책임’에 대해서, 또 ‘순간의 행복’에 대한 ‘무책임함’을 꼬집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3. 주제를 향한 소도구
■셔틀콕: 즐거움을 상징하지만 무책임함도 있음
■죽은 사람의 발: 데이비드와 화자(화자는 꿈에서) 두 사람 모두 죽은 사람의 발을 만지는 데 이것의 의미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한다.
4. 클라이맥스
특별히 클라이맥스는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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