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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작품 분석

초파리 돌보기 / 임솔아 / 작품분석

초파리 돌보기 / 임솔아 / 2022 현대문학상 작품집 중에서

 

1. 전체적인 느낌

전체적으로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서사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느낌이었다. 글을 읽다 보니 마치 초등학교 소풍 때 보물찾기를 하기 기분이 들었는데 작가는 곳곳에 수수께끼를 감추어 놓았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걸 풀어내는 것은 온전히 독자의 몫인데 이게 뭔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A라고 생각했으나 조금 더 읽다 보니 A가 아닌 B였고 B인 것 같으나 그게 아니라 다른 것이 되기도 했다. 아무튼 주인공의 섬세한 내면 묘사가 압권이었는데 평생 자기 책상을 가져보지 못한 여자가 자신의 꿈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화근이 되어 고통에 빠진 것이 내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작가로 살아가는 게 무엇인지, 작가의 자기 반성적인, 메타적인 내용이 섞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2. 주제를 향한 문장

이 소설은 시종일관 망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중요한 것을 매번 잊고 사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지 않는다. 엄마인 원영은 카이스트 초파리 실험동에서 일하다가 이산화탄소에 중독된 것으로 보이는데 일을 한 시기는 쉰 살 때이고 소설 속의 현재는 11년이 지난 시점이다. 게다가 딸인 지우도 계속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데 그녀의 망각은 초파리 때문은 아니다. 또 지유와 만나는 신치온이란 인물에게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왜 작가는 신치온을 두 번이나 등장시켰을까? 하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 본문에서 힌트를 얻자면 초파리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기억 정보를 운반하는 단백질이 바이러스의 흔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망각은 뇌 용량의 한계에 의해 수동적으로 발생 되는 것이 아니라 망각 세포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파괴 기능이라는 것이었다.”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망각 기능 못지않게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 무관심이다. 지우는 엄마 원영을 생각하는 것 같으나 엄마가 기다리는 곳이 아닌 다른 병원을 찾아갈 정도로 덜렁거리고 3년 만에 엄마를 만나는 무심한 딸이다. 원영 역시 자기 입장을 얘기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인데, 본문에는 밀가루가 체질에 맞지 않아 늘 위 무력증에 시달렸으나 남편이 국수를 좋아해서 30년 동안 국수를 먹는다. 딸인 지우는 엄마가 체할 때마다 그러게 왜 국수를 먹느냐고 다그치지만 그러면서도 일요일 저녁이면 와, 국수다, 라며 손뼉을 친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데 자기주장이 없는 엄마와 가족을 배려해 주지 않은 남편과 딸을 보며 가슴 아팠다. 이건 4장에서 딸인 지우와 신치온의 만남에서 비슷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신치온이 어렸을 때다. 여섯 살인 치온은 어린이날 친척들과 밴을 타고 딸기농장에 간다. 딸기 체험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차에 올랐을 때 창가에 자리를 잡은 치온 엄마가 말한다. 여기 올 때도 창가에 앉았는데 땡볕이 쏟아져서 너무 괴로웠다고. 그래서 이번에는 반대 방향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고. 그런데 그사이에 해가 기울어 이번에도 자기 자리도 땡볕이 쏟아진다고. 그 얘길 듣고 친척들은 웃고 신치온은 무서워서 먹은 딸기를 모두 토한다. 왜 토했을까? 그건 엄마가 너무 이기적이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옆에는 신치온이 앉아 있었는데 엄마는 자신의 얘기만 했던 것이다.

작품 속에서 화자가 소설가로 나오는데 실제 인물이 권지유의 어머니 이원영이기에 팩트와 픽션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져 있는 묘한 소설이다. 글쎄다. 내가 느낀 이 소설의 주제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 가장 무거운 것은 '소설가가 잊지 않고 해야 할 일을 빠뜨리지 않고 제대로 해냈는가' 하는 반성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3. 소도구

초파리: 초파리는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데, 어떤 미물일지라도 애착을 갖고 기르고 잘 살피면 그것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작품에서는 초파리 하나로 많은 주제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 점이 매우 탁월하다.

딸기와 이팝나무와 조팝나무도 소도구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