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시립도서관이 폐관된 지 벌써 석 달 째다.
그래서 나는 갈 곳이 없어 주말마다 방황한다.
3,4월에는 선거캠프에 나갔지만 총선 이후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오늘도 책을 들고 집에서 나왔지만 갈 곳이 없다.
갈피를 잡지 못하던 나는 편의점에 들어가 캔 커피를 마시며 고민했다.
오늘은 어디로 가야 할까?
대학교 도서관이 떠올랐다.
'강력한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었고
대학도 이제 곧 대면 수업이 시작될 것이니 도서관은 문을 열지 않았을까?
단과대는 몰라도 중앙도서관은 문을 열었을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한남대학교 도서관으로 가자.
출강증이 있으니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 마신 커피 캔을 쓰레기 통에 아무렇게나 던져 넣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대학 캠퍼스는 대학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황량했다.
꽃들이 지천에 널린 화창한 봄 날었음에도 학생들이 보이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방을 챙겨 중앙도서관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헛!"
내 입에서 짧은 신음이 터져 나온 것은 도서관 유리에 붙은 안내문 때문이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5월 6일부터 개방합니다."
내 몸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헛걸음을 했다는 생각보다는 여기마저 문을 닫았다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대학교 앞에 있는 카페 '파스쿠찌'로 들어갔다.
주말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캐러멜 마키아또 한잔을 시키고 자리에 앉으며 생각했다.
여기서 책을 읽어 볼까.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곳에선 집중이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 곳이 없지 않은가.
땅이 꺼질 듯 깊은 한숨이 터져 나온다.
내가 갈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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