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어느 저녁시간,
대전 보문산 사정공원에서
그토록 좋아하는 축구를 하다가 왼쪽 발목을 다쳤다.
넘어지는 순간 느꼈다.
내 발목이 아주 심하게 다쳤다는 것을.....
급하게 119 구급대를 부르고
들것에 실려서 나는 중촌동 '선병원'으로 실려 갔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예상했던것보다 상태가 심각했는데,
발목이 밖으로 꺽이면서 복숭아 뼈가 부러졌고
심지어는 안쪽인대까지 끊어져 있었다.
전치7주란다.
하늘이 노랬다.
의사는 "심하게 다쳤기 때문에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고,
수술은 피하고 싶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다음날 금요일 오전 수술시간을 잡고
입원수속을 밟고 밤 11시쯤 응급실에서 522호 병실로 올라왔다.
근데.......
바보같이 자꾸 눈물이 났다.
서러워서 눈물이 났고
내자신이 미워서 자꾸 눈물이 났다.
"아.....왜 나는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
스스로에게 욕을 하며 병실에 누워 눈물을 훔쳤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밤 12시쯤이었을게다.
병실로 아내가 들어왔다.
아내에게도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미안했지만
문득 나는 궁금해졌다.
"다친 나를 보고 17년 동안 함께 살았던 아내는 내게 어떤 얘기부터 꺼낼까?"
축구를 함께아는 동호인들에 얘기는
축구를 하다 다쳐서 집에 온 남편에게
아내들이 하는 얘기들은
"다치는데도 왜 그렇게 열심인지 모르겠다.."라는
대부분 짜증 섞인 푸념이었다는 것을.....
그러나,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보고
내 아내의 첫 마디는 이것이었다.
"많이 아팠어?"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또 다시 눈물이 주르룩 흘러내렸다.
"그랬구나....그랬었구나...나는 행복한 남자였었구나..."
첫 아이가 병원생활을 했던적이 있어서
병원에서 밤을 새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내일이 수술이니까 내일 다시오고 오늘은 집에 가서 자.."
아내를 억지로 돌려보내고 나는 침대에 누워 눈 뜬으로 밤을 새웠다.
다음날 오전 10시
나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처음 받아보는 수술로 마음이 무거웠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의사와 간호사가 척추에 주사를 놓는 하반신 마취를 했고
내 두 다리는 서서히 감각을 잃어갔다.
그런데...
그렇게 수술은 시작되었고 또 눈물이 날것 같아서
수술을 하는동안
나는 내 인생에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려봤다.
내 아들 준석이가 태어나던 순간,
이쁜 공주님이 태어나서 나를 만세 부르게 했던 순간,
모두함께 놀이공원에 갔던 날,
계곡으로 놀러 가서 물놀이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사진찍던 순간,
부페에서 웃으며 외식하던 날,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유치원 다니던 딸 아이가 어버이날에 편지를 전해줘서 가슴이 찡했던 순간,
내 생일 축하 케익의 촛불을 끄던 순간,
여행지 팬션에서 가족들과의 행복한 하룻밤 등...
나를 행복하게 했던 많은 순간들을 떠 올려 봤다.
그리고 누워서 수술실 천장을 보며 세 가지의 다짐을 했다.
"앞으로도 내 가족들을 더 사랑하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더 사랑하고,
내 삶에서 지금보다 좋은 일을 더 많이 해야겠다"
2012년 9월 27일 목요일 저녁 9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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