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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작품 분석

두 개 골의 안과 밖 / 서이제 / 작품분석 / 2022 올해의 문제소설집

두 개 골의 안과 밖 / 서이제 / 작품분석 / 2022 올해의 문제소설집 중에서

 

1. 전체적인 느낌

 고등학교 때 한동네에 살던 형이 팝송을 무척 좋아했다. 그 형네 집에 놀러 가면 전축 옆에 해적판(빽판이라고 불렀다) 외에도 당시에 1만 원씩 하던 LP판들이 수북하게 꽂혀 있었다. 어린 나이였던 나는 용돈을 받으면 월간 팝송LP음반을 사는 그 형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형에게 이렇게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 팝송을 왜 좋아하세요? 나의 질문은 좋아하는 것에 그 많은 돈을 쓰는 형에 대한 질책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 그 형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그 형의 대답은 40년이 지났음에도 나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형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응, 취향이란다."

 아, 그때 그 형의 입에서 흘러나온 취향이란 단어가 어찌나 멋지고 우아하게 느껴졌는지 마치 아라비아 왕족에 초대되어 듣도 보도 못한 황홀한 춤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나도 저 형처럼 취향을 가져보자고 생각했고 실제로 나는 고교 시절에 레드제플린, 딥퍼플, 시카고, 롤링스톤즈, 블랙사바스의 음악에 빠져 살았다.

 소설 분석 시간에 밑도 끝도 없이 취향 얘길 꺼낸 이유는 소설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장르의 소설이 있다. 추리소설이나 SF소설처럼 말이다. 나 역시 좋아하는 장르가 있. 하지만 이번 작품은 내가 싫어하는, 그것도 아주 싫어하는 취향의 소설이었다. 작품을 다 읽고 나서도 마음이 촉촉해지지 않았고, 깨달음도 없었으며, 여운도 남지 않았다. 이 작품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해봤다.

 좋은 소설이란 어떤 것일까?

 물론 소설을 공부하는 사람이 편식하는 아이처럼 좋아하는 장르만 읽어선 안된다. 그러니까 짜증내지 말고 다시 읽어보자. 전문가들이 뽑아준 심도 있는 작품이잖아? 이런 생각이 들었고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그것도 두 번이나 더 읽었다.

 근데 왜 한숨이 나올까?

 소설의 최고 덕목이 새로움낯설음이라면 이 작품은 매우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소설을 쓰는 전문가들만 좋다고 한다면? 일반인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글쎄다. 나는 아직도 그에 대한 해답을 모르겠다. 작가는 일부러 이 작품을 이렇게 썼겠지만 너무 난해해서 도통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 그동안 여러 단편 소설을 읽으며 다른 형식으로 쓰인 작품이 많았지만 이 소설은 그중에서도 형식을 파괴한 매우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이었다.

 

2. 주제를 향한 문장

 화자의 초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화자가 단일 인물에게 초점화 되어 있지 않고, 여러 인물에게 침투되어 복잡한 양상을 띤다. 게다가 이 작품의 특징은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전혀 새로운 방식인 사진이 실리고, 다양한 화자가 등장해 자신의 말투로 진술한다. 그래서 뒤죽박죽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이한 형태의 단어가 곳곳에 등장한다. 이런 다양한 시도로 이 소설은 몹시 낯설고 난해하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작품의 주제는 나무의 뿌리처럼 보일 듯 말 듯 땅속에 있어야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다 읽고 나면 금방 알게 된다. 바이러스에 의해 학살당하는 동물과 학살하는 인간을 의도적으로 동일시하려는 모습에서 주제가 선명해진다. 인간의 일방적인 행태가 과연 정당한가? 작가는 이런 행동에 의구심을 던진다.

 작품을 다 읽고 난 뒤에 첫 번째로 떠오른 생각은 '인간이 살기 위해 바이러스가 퍼진 동물을 모두 살처분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였다. 이를 말해주듯 살처분 행위에 가담 한 사람들은 생명을 죽이며 아주 고통스러워한다.

 작품을 관통하는 동물은 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까치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네 장의 까치 사진이 이걸 말해준다. 클라이맥스는 주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데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는 새 인간이 총을 맞는 장면이고 소설 제목 역시 주제와 연결된다. ‘두 개 골의 안과 밖은 어떤 의미일까? ‘두 개 골 안의 은유는 삶과 생명이며 두 개 골의 밖인간의 갈등과 욕망이란 것에 방점을 찍었다.

 이걸 확인하듯 작품 속에서 인상적인 문장이 등장한다.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이렇게 먹고 살기 힘든데, 다들 집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는데, 여전히 아파트는 계속 지어지고, 집값은 계속 오르고, 거기에 누가 산다는 게.”

 작가는 인간의 환경 파괴에 대한 부분을 꼬집는다. 거기에 덧붙여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듯하다.

 “당신들이 무고한 생명을 죽인다면 벌 받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