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내가 가질게 / 안보윤 / 작품분석 / 2022 현대문학상 작품집
■밤은 내가 가질 게 / 안보윤 / 2022 현대문학상 작품집 중에서
1. 전체적인 느낌
아,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안보윤은 평소에도 좋아하던 작가였지만 이 작품을 읽은 뒤에 더 좋아졌다. 독자들이 절대로 지루하지 않게 작가는 어린 아이에게 밥을 떠먹이듯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나간다. 어느 부분에선 답답하게 전개되고, 어느 부분에선 나도 모르게 분노하고, 또 어느 부분에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건 그만큼 공감이 된다는 뜻이다. 아마도 작가는 작품 속에서 폭력과 방치, 무관심, 자기 고집대로 사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듯 하다. 너는 이런 것을 어떻게 생각하니? 그래서 작품을 다 읽고 난 뒤에도 계속 그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글쎄다. 나만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나도 모르게 흥분했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화두는 답답하게 사는 언니의 삶이다. 언니는 왜 이렇게 답답하게 사는 걸까?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작품의 주인공은 화자가 아니라 언니라는 점이다. 즉 언니가 주인공이란 뜻이다. 이건 이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이 작품의 장점은 많지만 가장 압권은 내가 보기에는 사골국물처럼 여운이 남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감탄사가 나오는 칭찬의 중심에는 흡입력이 가득한 문장이 있다.
2. 주제를 향한 문장
주제를 얘기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그건 작품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소설에서 캐릭터 구축은 매우 중요한데 이 작품은 거기에 아주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작품의 장점중에 언니의 캐릭터와 화자인 나의 캐릭터가 매우 선명하다는 점이다. 한 번만 읽어도 언니의 성격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글을 읽는 독자에게 공감대를 얻고 있다. 공감대는 이와 비슷하다는 뜻이 된다. 나도 그렇고 대부분은 화자처럼 살고 있지 않을까. 작품을 읽는 동안에 화자의 마음에 차츰 동화되어 갔는데 그래서였는지 모르지만 다 읽은 후에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떠올려 보기도 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보며 독자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았다는 것은 좋은 소설이라는 뜻과 동일하다. 물론 그것은 작가의 의도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여기에 나오는 언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주제를 말하려면 다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는 '방관' 또는 ‘방치’가 떠올랐다. 주승이도 언니도 방치된 삶을 살고 있으니까. 실제로 화자는 엄마와의 갈등도 이 때문이었다. 두 번째 떠오르는 단어는 ‘폭력’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주승이는 폭력에 노출된 삶을 산다. 나아졌다고 생각했으나 다시 발견된 폭력의 흔적, 그로 인해 화자는 112에 신고까지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은 ‘관심’이다. 다시 어린이집으로 돌아온 주승은 예전과 달리 아무 곳에나 ‘똥’을 싸는데 이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왜 그랬을까. 혹시 관심을 받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작품 전체를 흐르는 것은 ‘방치’와 ‘선과 악’ 그리고 ‘인권’에 대한 것이지만 그건 겉으로 보여지는 것일 뿐이고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것이 보인다. 두 번째 읽어보니 그게 느껴진다. 타자의 폭력을 바꾸는 것은 언니처럼 한결같은 마음, 그리고 ‘상처에 대한 치유’와 ‘약자에 대한 관심’이다. 작가는 그걸 표현하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3. 클라이맥스
“언니가 개 목에 걸려 있는 은색 펜던트에 손을 댔다. 밤톨이라는 이름이 적힌, 혹시라도 주인이 찾아올까 봐 계속 걸어 두고 있었다던 것이었다. 딸깍, 소리와 함께 펜던트가 떨어져 나갔다. 밤은 내가 가질게.”
우와, 이 부분에서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눈물이 핑돌만큼. 오로지 이 부분만을 위해 처음부터 힘차게 달려온 것처럼 느껴졌다. 클라이맥스가 이렇게 멋진 작품은 참으로 오랫만이었다. 이 말의 속 뜻은 '너의 아픔을 모두 이해하고 새로운 것'을 희망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4. 소도구
■펜던트: 겉모습 또는 사랑하지 않는 것을 상징.
■늙은 개: 약자를 의미
■소설 제목: 밤은 내가 가질게, 에서 ‘밤’은 어둠과 아픔이다.
5. 기타
화자의 각성을 통해 나타나는 따뜻한 결말이 특히 좋았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문득 어떤 분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을 통해 치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