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작품 분석

풍경과 사랑 / 위수정 / 작품분석 / 2022 현대문학상 작품집

방송인 김경훈 2022. 3. 3. 15:00

■ 풍경과 사랑 / 위수정 / 2022년 현대문학상 작품수록집 중에서

 

1. 전체적인 느낌

책을 펴는 순간 첫 문장이 매우 강렬하게 다가왔다. 첫 문장으로 인해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을 암시한다. 우선 전체적으로 봤을 때 문장이 간결하고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루하지 않았으며 다음장면이 궁금해서 빠르게 책장을 넘겼다. 그건 재미가 있다는 뜻이다. 재미 없는 소설에서 흔히 나타나는 늘어지는 부분도 없었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 군더더기를 걷어낸 채 필요한 것만 표현하는 스타일이었다. 어쩜 이렇게 글을 잘쓸까, 이런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게다가 이 작품의 또 다른 장점은 자연스러운 문장이었는데 읽는 사람을 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단점도 발견되었다. 그건 바로 암시와 복선이 많았다는 점이다. 화자와 아들 친구인 연호와의 썸씽에 대한 암시, 제주도에 출장 간 남편의 바람에 대한 복선(이 부분은 밝혀지지 않고 그저 짐작만 할뿐이다) 등 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 다음 장면이 상상 되었고 흥미가 떨어졌다. 굳이 이렇게 여러 번 깔아 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나는 무엇이든 과하면 피곤하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두 번 읽었는데 첫 번째 읽을 땐 그냥 재미만 느껴졌다. 그래,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니까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어. 아들 친구와의 위태한 관계가 되는 거지? 가만, 근데 남편이 제주도에 간 이유는 언제 나오는 거지? 여자랑 같이 간 것일 거야. 다음 날 이 작품을 다시 읽어봤다. 엥? 이게 뭐야? 어제와는 전혀 다르잖아? 두 번째 읽으니 어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허, 이거 첫번째 읽을 때보다 더 재미있는 걸.

 

2. 주제를 향한 문장

 주제를 얘기하기 전에 먼저 살펴 볼 것이 있다. 그건 이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다. 바로 화자의 캐릭터’이. 화자는 욕심도 야망도 없으며, 존재가 없는 희미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오죽하면 남편이 화자에게 너랑 같이 있어도 너무 혼자인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고 했겠는가. 그만큼 화자는 단체 카톡방에서도 튀지 않는 삶을 산다. 그런 화자에게 어느 날 번개처럼 뭔가가 불쑥 끼어든다. 그건 화자가 원했던 것도 아니었고 상대가 원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가라앉아 있던 부표가 불쑥 물 위에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그건 바로 금지된 욕망이었다. 아들 친구인 연호에게 느끼는 화자의 감정은 남편에게 느낀 감정 이상이었다. 그 위험한 외줄타기에서 화자는 몹시 괴로워한다. 죄책감과 솔직한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 이 소설의 주제와 연관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욕망을 억누른채 살아가지만 불쑥 자기도 모르게 충동이 나타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작가는 독자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이 작품속에서 주제를 암시하는 문장을 찾아봤다. 이런 문장이 나온다. 

 “예전에 나는 남편에게 허벅지나 엉덩이, 팔뚝 같은 부위를 깨물어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했는데 점점 강도가 세져서 피멍이 들 정도가 되었다. (중략)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것들을 참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갔다.”

 

3. 클라이맥스

 클라이맥스 부분에는 은유가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속에는 이런 문장들이 등장하는데 새벽 세 시에 화자는 잠을 자지 못하고 무작정 밖으로 나온다. 그때 공원 화장실 옆 벤치에 앉아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는 여자를 발견한다. 그 여자에게 화자가 연민의 정을 느낀 이유는 그녀가 중얼거린 말 때문이었다.

 “너 네 둘이 해처먹고 쌈싸 먹고 토낀 거.”

 이 말을 듣고 화자는 여자에게 다가가 충동적으로 자신의 코트를 벗어준다. 그리고는 말한다.

 “이거 줄게요. 그리고 내 얘기 좀 들어줘요.”

 화자가 이상한 여자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작품에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독자는 무슨 얘길 했는지 짐작이 된다. 아마 작가는 거기까지만 독자에게 데려가고 나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하긴 아들친구와의 성적인 것을 계속 드러낸다면 그건 막장드라마가 되니까, 거기까지만,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끝냈을 것이다. 그게 문학이니까. 나머지 부분은 독자인 당신이 상상하세요. 나는 이 부분이 좋았다.

 

4. 주제를 암시하는 중요한 문장

남편이 화자와 섹스를 끝내고 화자의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막는 부분과 화자가 이상한 여자에게 귓 속 말을 한 뒤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며 자신의 입을 자기 손으로 막는다. 이건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남편과 같은 행위이고 '금지된 욕망' 또는 '잘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화자는 이상한 여자에게 무슨 얘길 했을까? 아무 얘기도 꺼내지 않은 것은 아닐까? 이상한 여자는 그 자체로 메타포(은유)였으니까. 

 

5. 소도구 (주제를 향한)

일대일대응: 여기서는 육체적인 성애를 의미한다.

아보카도: 먹는 것이면서 죽이는 것, 필요하지만 독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소설 제목: '풍경과 사랑'은 두 가지의 복합적인 뜻이 있다. 일순간 일렁인 마음이 풍경’이고 사랑이라는 복잡하고 심각한 감정을 동시에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