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

방송인 김경훈 2017. 6. 26. 09:54



 대학 강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축복받은 자만이 할 수 있. 그래서 나는 늘 축복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강의를 하며 스스로 정한 몇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정장입기. 옷차림을 단정히 하는 것은 기본이 아닐까. 넥타이를 매고 강의를 하면 학생들에게도 신뢰를 줄 수 있다. 뉴스앵커가 정장 차림으로 뉴스 원고를 읽는 것과 같은 이치다나는 학생들에게  옷을 잘 입는 강사가 아니라 정장차림이 잘 어울리는 강사’ 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두번째는 '학생들의 이름 외우기'. 교양수업의 특성상 학과와 학년이 제 각각이다보니 서로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틈 날 때 마다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준다. 한명 한명 이름을 불러주면 깜짝 놀란다. 마치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표정이다. 사실 학생들 이름 외우기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학생들은 강의실에 들어오면 항상 앉던 자리에 앉는다. 일종의 패턴이. 이것을 이용한다. 어느 자리에 누가 앉는지 출석부에 표시를 해둔다. 예를 들면, 왼쪽 2번째 뒤에 앉은 학생은 2, 맨 뒤라고 표시하고, 오른쪽에서 2번째 줄은 1, 2’ 라고 적어 둔다. 여기에 호감 형, 눈이 큼, 큰 체격, 갈색머리 등과 같이 학생의 특징까지 적어두면 훨씬 효과적이다. 요즘은 아예 강의실 배치도를 그려놓고 이름을 외운다. 그랬더니 훨씬 쉽다.


16주가 흐르고 기말고사가 끝나면 나는 고민에 휩싸인다. 내가 가장 하기 싫어 하는 성적평가 때문이다. ‘상대평가’라서 일정한 배분율이 정해져 있다. 그것을 공정함‘투명함’으로 평가한다. 행여나 불이익을 받는 학생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한 시간들이 이어진다. 이번학기에도 답안지 끝에 학생들의 소감이 적혀있다.

 “교수님이 제 이름을 기억해 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4학년인데 이 수업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항상 밝은 미소로 수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주 특강을 듣는 것처럼 재미있었습니다.”

 후배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수업입니다.”

 참으로 고마운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이 순간 보람을 느낀다. 내가 수업시간에 강조했던 말들이었으니까. 내 수고로움이 결코 헛되지 않았으니까.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원칙이지만 다수결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닙니다.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나쁜 생각을 하면 국민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죠. 그것을 예방하는 것은 바로 관심입니다. 관심이 모아질때 저는 선출직들이 옳바르게 행동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멋진 사회를 물려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젊은이들에게 자꾸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다음세대에게 '가능성'을 물려주셔야 합니다.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투명할 것이라는 가능성, 그리고 더 공정할 것이라는 가능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