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정치를 하던 선배가 있다.
연거푸 광역의원에 두 번이나 당선된 그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갔다.
나는 그가 부러워했다.
어쩌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시기심이었는지도 모른다.
주위에서는 그가 국회의원까지 할 수 있다고 떠들었다.
선배의 눈치를 보니 그런 말이 나도는 것에 내심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선배는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정치적으로 복잡한 내면이 있었던 모양이다.
낙담하는 선배에게 나는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헌데 그가 충격적인 말을 했다. 나는 그말을 듣고 둔기로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두려운 것은 잊혀지는 거야."
잊혀지지 않는다는 말, 누군가의 기억에 머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기말고사 시험 감독을 끝내고 답안지를 챙기는데 문자가 떴다.
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 보낸 문자였다.
이번에 졸업을 앞두고 있으며 잘 지내고 있다는 메시지였다.
헌데 사실 나는 좀 놀랐다.
3년 전, 그러니까 여학생이 1학년 때 수업을 들었기 때문이다.
문자를 보는 순간, 데자뷰처럼 선배의 말이 떠올랐고 그 의미를 깨달았다.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이런 것이었구나."